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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호 현장의 소리(교사)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8-06-04 15:14:54 조회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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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흙속에서 행복을 캔다




                                                            
   이명석(동명고교사)

 
교무실의 창은 산수화의 화폭이다. 창너머로는 황룡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산너머 붉은 노을이 수줍게 넘어가고 그 노을 그림자 속에는 히말라야시다가 흔들린다. 이런 모습을 의자에 앉아 만끽하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이 아름다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는 특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런 아름다운 학교 속에 우리 학생들은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이 성장하고 있다.

  교내 화단에는 20여종 이상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많은 나무들은 개교한 1999년이래 매년 조금씩 심었다. 처음 심었던 단풍나무는 키가 훌쩍 커 짙은 푸르름을 만들고 더운 날씨에는 넓은 그늘을 만들고 푸른 가을하늘과 더불어 붉은 단풍을 만들며 정원의 한자리잡고 있다. 어느 날 아들과 아내의 손잡고 온 졸업생이 그가 심은 단풍나무, 장미덩굴, 개나리를 둘러보며 자랑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그 졸업생의 뒷모습은 사회의 조그마한 나무로 자라있었고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를 키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교내의 뒤편에는 창조적인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텃밭이 있다. 이 텃밭에서 아이들이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때로는 지렁이가 나와서 경악하고 청개구리가 나오면 너무나 신기해하여 손에도 올려보고 광고의 CF에 나오는 것처럼 유리창에 붙여보기도 한다. 상추, 쑥갓, 치커리 등의 씨앗을 뿌리고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오이, 고구마 모종을 심어 보는 도시촌놈들은 즐거워하고 신기해한다. 어느덧 잡초와 더불어 자란 상추, 치커리, 고추 등을 따서 먹는 소박한 밥상은 행복이 묻어나는 점심식탁이 된다.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선생님, 이것 언제까지 주물러야 해요?” “선생님, 이것 피부에 좋아요?” “선생님, 제 양말과 잠옷도 가능해요?” “선생님, 정말 땀냄새도 나지 않네요?”....제잘제잘

  힘들게 황토물에 면티셔츠, 속옷, 양말 등을 주무르고 햇빛에 널고 하기를 일곱 번. 그리고 열 번 이상의 찬물 헹굼 그리고 세탁기에 섬유유연제와 함께 헹굼, 탈수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황토염색 면티셔츠, 속옷, 양말.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 너무나 뿌듯뿌듯..... 응석받이로만 여겼던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 아빠에게 선물. 그 선물로 인해서 칭찬을 받고 달려와 자랑하는 까불이. 이렇게 황토염색옷이 웃음을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었다. 

내 나무심기, 꽃심기, 상추, 고추 등 유기농 채소심기, 황토염색하기 등 등.

영어, 수학에 고개를 숙이는 녀석들. 힘들고 귀찮은 일에는 눈감고 돌아서기, 청소시간에는 눈치보며 슬금슬금 피하는 녀석들이 텃밭에 나가서는 주인공이 되고, 개구리, 지렁이, 사마귀 등을 만나면 생물학자가 되고, 학교 뒤 어등산을 오를 때는 ‘동네 등산족’이 된다. 이런 모습 속에서 학생들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잃어버린 웃음을 회복한다. 나는 이곳에 소박한 농부아저씨처럼 흙을 일구고 행복을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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