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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호 현장의 소리(교사)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8-03-28 11:10:16 조회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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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우리

                                                 박지혜(글로벌비전크리스천스쿨 교사)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기 위해 원남 저수지를 다녀왔습니다. 송아지들도 나른하게 누워 봄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햇볕이 평화롭기 그지없는 봄, 참으로 반가운 봄이 이곳 GVCS에도 왔습니다.


  나는 논길을 걸으며 처음 창작소설을 들고 와서 햇살과 같이 맑고 밝게 웃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수업시간에 졸던 아이가 더 먼저, 그리고 숙제도 잘 해오지 않던 아이가 제일 먼저 소설을 내면서 해맑게 웃던 웃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볼 때마다 “선생님 제 소설 읽으셨어요?”하고 겸연쩍게 물으며 웃던 웃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져 온 창작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 가면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속에는 그리 멀리 가지 않은 나의 모습들과 나의 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글이 내 맘에 감춰진 내 마음만 같아 얼마나 아리고, 아프고, 즐겁고, 행복한 꿈이었는지 며칠이 즐거웠습니다.


  아이들과 같던 그 시절, 나도 참 많이 가슴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 슬픔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하여간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아픔이었기에, 이를 풀어 놓을 수 있는 길이 없어 그 통로가 절실했던 그런 아픔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에겐 자신들이 꿈꾸는 어떤 열망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있을 것이란 것도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우린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쓴 소설을 시나리오로 바꾸어서, 렌즈로 그들의 세상을 담아내고, 그들의 몸으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더 빛나게 만드는 작업, 그리고 욕심을 잘라내고 보안해 내는 편집과정, 그런 다음 이를 알려내는 홍보와 영화를 잘 상영해 내는 전체적인 운영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견하여 아이들 스스로가 그 역할을 맡아 이를 발현해 내기를 나는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내는 기쁨이란 것과 누가 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과정을 통해 알아가길 소망했습니다.


  함께 팀워크를 만들어 역할을 나누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작품을 완성해 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참 많은 갈등을 겪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의 시간 한 복판에는 나도 ‘나’를 생각하는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내가 영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협력, 탐구, 함께함, 배려, 상상, 실천, 용기, 자신감, 변화, 기대’가 내게도 존재하는가? 란 질문에는 나 스스로도 무척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문학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어 보려고 소설을 창작하게 하고 그 소설로 시나리오를 각색하여 영화를 제작할 것을 제시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그 과정 속에서 꿈을 키웠던 것입니다.


  그들은 조촌리와 학교 구석구석을 탐색하여 알맞은 장소를 찾아내고, 하나의 장면을 찍기 위해 밤낮 없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토의하고, 싸우고, 웃고, 울고 화해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열정은 놀라웠습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날을 새기를 기다렸고, 첫 장면을 꿈에서 볼 정도로 그들의 온 열정은 영화에 몰입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영화는 아이들에 의해 영화 포스터로 제작되고 학교 곳곳에 붙여 영화를 홍보했고, 200원씩 직접 표도 팔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꾸민 시사회를 통해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하고 그 영화를 상영하면서 얼마나 서로에게 신뢰의 눈길을 보냈던지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영화가 상영되던 3주 동안을 얼마나 가슴이 벅찼던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해냈습니다. 나는 커버린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 세계 속에서 이미 형성된 아이들의 관계,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힘들어했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나 또한 항상 ‘더불어 함께함’을 어떻게 가르치는가가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 그렇게 체온이 느껴지는 ‘인간다움의 우리’를 아이들이 바라보고 만들어 가기를 바랐습니다.


  영화를 만들어 가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나는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울고 웃고 화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는 열편의 영화가 남았습니다. 그 속에는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이 나의 질책이 담겨있습니다. 소외받는 아이가 주인공을 맡기도 했고, 그래서 우린 처음으로 그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이들이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서먹서먹했던 반 아이들이 영화 한 편을 만들면서 끈끈한 그 무엇인가로 하나가 되어 감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협력학습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하는 법을 배워 감을 보았고,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그들의 문제가 끝이 아님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끊임없는 문제들 속에서 상처받고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의 눈은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저 봄볕에 자라는 새싹처럼 유연하고 푸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교사의 꿈대로 꿈을 꾸고 있음도 알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들만의 수고는 아닙니다. 틈만 나면 영화에 집중하느라고 다른 과목에 소홀히 했을 아이들, 이 때문에 많이 힘겨워했을 선생님들, 그렇지만 아이들이 영화를 상영할 때 손뼉을 쳐 주시고 응원을 해주셨던 선생님들, 곳곳의 장소를 허락해 주시고 몸소 출연까지 해주신 보건 실장님과 음악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여러 가지 일로 귀찮게 해드린 경비아저씨, 밖으로 영화 찍으러 간다고 시도 때도 없이 교문 밖을 나섰을 아이들과, 밤새 노트북을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하셨을 생활관 훈육선생님들, 그리고 조촌리 곳곳에서 아이들의 열정에 흔쾌히 장소를 내어주셨던 동네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이들의 영화가 탄생했음을 압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


  긴 영화 프로젝트를 끝내고 평가회 때 흘렸던 많은 아이들의 눈물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은 서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인생에 어쩌면 단 한번 있을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그들은 그들의 영화가 최고라 말했고, 자신들의 팀이 최고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며 말 없는 웃음을 보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자라고 있듯이 나도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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